미국 주요 언론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을 집중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계엄령 실수를 저지른 한국의 대통령이 탄핵을 피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톱뉴스로 게재했다. WP는 여당의 보이콧으로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수요일(4일) 계엄령을 6시간 만에 철회한 것은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18명을 포함한 다수의 의원이 계엄령을 철회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P는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며, 적어도 국민의힘 의원 중 8명은 찬성해야 했다고 전했다. 투표함 개표에 필요한 인원보다 5명 적은 195명 의원만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탄핵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집권 여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거부하면서 한국이 더 깊은 불확실성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NYT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투표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극도로 분열된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재현될 결과라고 분석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 시도에 앞선 토요일 오전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사과 연설을 했다면서, 계엄령이 절박한 상황에서 취한 조치이며, 계엄령에 대한 법적 또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CNN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계엄령이 다시 발동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내린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탄핵 표결 결과가 이 곳 시간으로 토요일 한밤중에 나왔고, 무엇보다 탄핵 표결은 동맹국 국회의 정치적인 행위인 만큼 별도의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결과를 존중한다는 수준의 짤막한 입장이 나오거나 아예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과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이후 계엄령 해제와 탄핵 추진 과정을 두고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하며 헌법에 따른 해결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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