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각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전 통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접촉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대미 주요 무역흑자국 가운데 하나인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사실상의 정부 부재 상황 속에 손을 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은 이미 트럼프를 직접 만났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했다.
7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막후에서 트럼프에게 서로 북미 동맹에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합심해 트럼프 측과 협상에 나서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멕시코 미국 대사를 지낸 윌슨센터 산하의 멕시코연구소자문위원회 공동 책임자인 얼 앤서니 웨인은 “아직 정부에 있지도 않은 누군가와 접촉하기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며 “그들의 관점으로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일이 될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앞서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이민과 이를 통한 불법 약물 미국 유입을 막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취임 직후 25%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각각 미국 수출 1위, 3위 국가다.
한편 공식적인 행사를 통해 트럼프와 가장 발 빠르게 접촉한 유럽 국가는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에 트럼프를 초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트럼프와 독대한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불러 3자 회담을 했다.
비공식적인 미국과 프랑스 정상회담으로 비록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패하고, 지난주에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국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마크롱은 취임 전 트럼프를 만나 미국과 통상,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트럼프 측근들이 대거 참석한 터라 프랑스는 다양한 채널로 물밑 접촉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는 윌리엄 영국 왕세자를 비롯해 독일과 이탈리아 대통령이 참석하는 등 약 50개국에서 대표를 보내 트럼프와 접촉을 시도했다.
이 같은 세계 각국의 분주한 움직임에도 한국은 주요 대미 수출국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손 놓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규모는 1160억달러로 6위를 기록했다. 멕시코와 중국, 캐나다, 독일과 일본에 이어 6위였다.
트럼프 취임 전에 접촉해 통상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7일 국민의힘의 탄핵 표결 불참으로 연장되면서 트럼프 접촉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통상 압력, 방위비 증액 압력에 무력하게 대응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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