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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불혹'의 공매, 또 다른 시작점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우리는 40세가 된 사람을 보며 불혹(不惑)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불혹은 공자의 논어에서 유래됐다. ‘40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학업의 시기인 ‘지학(志學)’과 자립을 이루는 ‘이립(而立)’을 거쳐 강산이 네 번은 변할 만큼의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깨달음을 얻는 의미 있는 순간으로 본 것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에도 올해 불혹을 맞이한 사업이 있다. 바로 정부가 압류한 체납자의 재산을 매각해 체납세액을 징수하는 ‘체납 압류재산 공매대행’ 업무다.

40년 전 캠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 1980년대 초 부침을 겪고 있던 캠코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중 압류재산 공매업무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부동산 및 채권 정리 분야의 전문성과 전국적인 조직망 등 인프라가 자산이었다.



공매업무 수행 가능성을 직접 연구·추진한 결과 정부로부터 공매대행 업무 적임기관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1983년 국세징수법 개정을 통해 1984년 2월부터 체납 국세 압류재산 공매 대행 업무를 위탁 수행하게 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1987년에는 지방세, 1990년에는 공과금 압류재산으로 업무 영역을 넓혔다. 현재는 총 365개 기관의 공매업무를 대행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전자자산처분시스템 ‘온비드’를 통한 인터넷 입찰이 가능해짐에 따라 공매업무는 캠코의 중요한 업무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공매업무는 국가 재정 증대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6만 건의 공매대행 의뢰를 수임 받아 3130억 원의 체납세금을 환수했다. 최근 5개년 동안 무려 1조 6610억 원 규모의 재정기여 성과를 달성했다. 또 캠코의 압류재산 낙찰통계는 통계청으로부터 유의미한 데이터로서의 공신력을 인정받아 국가승인통계로 승인됐고 매분기 국가통계포털과 캠코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되고 있다.

올 6월에는 압류재산 공매대행 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외부 전문가 등을 초청해 포럼을 개최했다. 캠코의 지난 40년간 압류재산 매각대행 업무 성과를 알리고 체납조세 징수 위탁기관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기존 성과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 국가재정 수입 확보 및 공공 서비스 향상을 위한 추진 과제를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

공자가 살던 시대와 현재의 기대수명을 생각해보면 불혹의 나이가 가지는 의미는 사뭇 다른 것 같다. 지금의 40세는 아직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인생에 반환점에 불과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순간이다. 불혹의 캠코 압류재산 공매업무는 지학과 이립의 시간을 통해 쌓아온 역량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가 재정 증대를 위해 다음 40년을 준비하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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