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글로벌 가상자산인 테라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루나가 동시에 99.9% 이상 대폭락했다. 피해 규모는 50조 원을 넘었다. 이 코인은 일정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었다는 점에서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줬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의 법정화폐 또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하거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루나·테라의 경우 지급준비금이 없는 알고리즘 기반에 가까웠다. 하지만 요즘 스테이블코인을 설계할 때 대부분 ‘1코인=1달러’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안정성을 높였다.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이 약 280조 원으로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플이 조만간 내놓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부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점차 신용카드 거래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공식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무역 거래, 해외 송금, 디파이(블록체인 활용 금융서비스 플랫폼) 등 실물경제에 쓰인다.
미국에서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이뤄지는 등 가상자산은 점차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가상자산 시장은 ‘불장’이라고 할 정도로 뜨겁다. 한때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했던 트럼프는 이제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적극적인 미국 국채 구매가 달러 패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트럼프의 판단이다.
이제는 글로벌 흐름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할 때다. 여전히 가상자산이 ‘지하자금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무성하지만 국내 코인 거래 규모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합친 것보다 2~3배나 될 정도로 커졌다. 그런데 올 하반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향후 정부의 외화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 등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가상자산의 개념과 체계를 더 구체화하는 노력을 통해 정보 불균형 해소, 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등에 적극 나서고 과세 시행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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