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반군의 다마스쿠스 장악 소식에도 시리아 내 미군 기지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시리아 반군의 발표가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팀이 “시리아에서의 놀라운 일들을 면밀히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이란과 가까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제재를 가해 온 미국은 2014년부터 이슬람국가(IS)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 동부에 900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며 쿠르드족 민병대 등 시리아 내 친미 성향의 반군을 지원해 왔다.
내년 1월 미국 행정부를 이끌게 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시리아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미국은 시리아와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를 향해서도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반군 승리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알아사드는 도망쳤다”며 “그의 보호자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느라)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이번 시리아 반군의 승리에 마냥 반가워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미국의 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몰아낸 반군을 주도하는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 역시 미국이 테러 단체로 규정한 무장조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서 사실상 소멸한 IS 소탕을 목적으로 미군 주둔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HTS는 2011년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창설된 알누스라 전선(자바트 알누스라)을 전신으로 하는 단체다. 단체 지도자인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2016년 알카에다와 연계를 공식적으로 끊고 이름을 지금의 HTS로 바꾸면서 변신을 꾀했다. 여성이 히잡 등으로 얼굴을 가릴 것을 요구하지 않고, 금연을 강요하지 않는 등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HTS의 목표가 시리아의 민주화가 아닌 근본주의적 이슬람 국가 건설이라고 보고, 지도부 역시 여전히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며 HTS를 테러단체 명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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