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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합위기 증폭에 비상 국정 운영…경제·안보에 여야 없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온 나라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에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비상시에도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통과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다. 한 총리는 이어 국무위원 간담회를 갖고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국민의 삶은 지켜져야 한다”며 정부 기능 정상 유지를 당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 합동 성명문을 통해 “대외 신인도에 흔들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우리는 국가적 다층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그러잖아도 내년에 1%대 저성장이 우려되고 글로벌 정세 급변 속에 한반도 안보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메가톤급 ‘정치 태풍’에 국정이 사실상 마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국 혼란이 경제·민생 불안 가중과 안보 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정 운영의 고삐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계엄·탄핵 정국의 소용돌이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우리 경제에 입힐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 아래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는 와중에 밀어닥친 ‘정치 쓰나미’가 경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소비 침체로 내수가 직격탄을 맞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이탈 및 환율 급등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수출·투자 등 기업 활동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철도 노조 파업을 비롯한 강성 노조의 정치 투쟁은 경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여야의 무한 정쟁 속에 성장 동력 재점화를 위해 추진돼온 경제 살리기 법안 등은 줄줄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당정이 추진해온 반도체특별법·K칩스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의 연내 통과가 어렵게 됐다. 내년 경제정책의 근간이 될 예산안 처리도 안갯속이다. 거대 야당이 감액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뒤 국회의 예산안 심의가 중단된 상태여서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존립 및 국민 생명 보호와 직결된 안보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군 통수권을 지닌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어려진 데다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사직과 체포로 국방차관이 직무를 대행하면서 안보 컨트롤타워 기능이 취약해졌다. 게다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북러 군사동맹 복원으로 러시아를 뒷배 삼은 북한이 우리의 정치 불안과 미국의 정권 교체 등을 틈타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국 혼란으로 정부와 국회 기능이 장기간 마비될 경우 국가 신인도가 추락하고 외환·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돼 국가적 위기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 증폭되는 복합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비상 국정 운영 체제를 가동해 경제·안보에 일말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국난을 극복하기 어렵다. 국력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권부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여야는 차기 대권 등 정파적 이익 좇기에만 매몰되지 말고 경제·민생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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