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일류 정치지도자 대망론

정영록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경제발전론)





때 아닌 계엄 선포 해프닝과 탄핵 반대로 그 후폭풍이 엄청나다. 경제발전론을 전공한 필자가 정치성 평론을 불가피하게 쓰게 된 불편이 있었다. 탄핵 투표가 진행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행 지하철이 일반인들로 가득 찬 것을 보고 민심의 향방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의 움직임이 한창이다. 공급망 재편 등 경제에 미칠 영향도 막대할 것이다. 힘만이 최선인 도널드 트럼프,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장기 집권 중인 시진핑 등 정치 지도자의 행보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 있었다. 계엄이 국회 결의를 통해 해제돼 최소한의 민주국가 체면은 세웠다. 하지만 예정된 미국·일본 고위 인사들의 방한이 취소되는 등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한 세대 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한국의 정치가 삼류라고 한 것은 정치 지도자가 삼류라고 한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핵심도 정치 지도자의 몫인 제도 선택이 관건이었다. 책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기술돼 있지만 중국의 경우 덩샤오핑이 1978년 개혁·개방이라는 아주 실용적인 경제발전전략을 채택하고 대외무역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 10여 년간 경제는 순항했다. 하지만 1989년 6·4 톈안먼 사태 발생 시 무력 진압 후 곤욕을 치른다. 세계가 중국과의 무역을 꺼리고 투자를 기피했다. 계획경제로의 회귀 가능성이라는 정치 불안으로 2년 반의 혹한기를 거쳤다. 덩샤오핑의 정무 경험에서 우러난 예지력에 기초한 결단이 그래도 정상 발전 궤도로 되돌릴 수 있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거쳐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소득 3만 달러에 이른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대다수 국민은 생업에 몰두하는 산업화의 역군이 됐다. 대졸 10%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고령화 주축 세대가 됐다. 자연히 민도도 올라갔다. 반면 정치 지도자의 선택 폭은 한정돼 왔다. 충원제도가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군부독재 시의 유산인 군 출신 인사와 법조계·관료·학계·언론계 출신들이 정치 엘리트를 독점했다. 정치라는 통합적 조직 경험의 중간 단계가 생략된 채 고위직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숱하게 있었다. 보수 측 지도자군은 탐욕과 노후 후생이라는 조롱도 받았다. 혁신 세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 투사 세력이 사회 각계각층과 정치권에 대거 진입해 국정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일부 민주주의를 파는 무능한 생계형 정치가로 전락한 측면도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기초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 조직 경험을 쌓고 주지사를 거쳐서 대통령으로 나아가는 검증의 관문을 거친다. 중국도 대중선거는 아니지만 5년마다 인사 고과에 따른 경쟁을 거쳐서 최고지도자가 된다. 우리도 다양한 분야의 훈련된 전문·전업 정치가군을 제도화해서 충원해야 한다. 일류 정치가는 조직 운영 경험에다 병역 등 3대 의무를 지킨 ‘공민’이어야 하고 민생 경제 현장을 중시하는 ‘공감’ 정치를 해야 하며 정도에 기초한 ‘공정’한 정책을 펴왔다는 ‘3공’을 검증받아야 한다. 파렴치 범죄, 병역 미필, 체납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간접적 사면 창구는 그쳐야 한다.

민주국가의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지만 반장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의 이번 패착은 대외 신인도를 저하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킨 치명적인 정권 실패로 이어졌다. 엄청난 국난에 빠뜨렸다. 대통령 권한의 견제·축소·분산이 불가피하다. 민주화 세력만이 입법을 전횡하는 병폐도 막아야 한다. 이들은 사회주의가 부국 측면에서 자본주의에 뒤짐으로써 패배감에 대한 심리적 보상 심리가 강하다. 균형 감각이 부족하다. 이번 사태를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자. 국민의 현명함이 경제를 정상화할 것이다. 동시에 공인 선발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해 인적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각광받는 K발전 모델도 지속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