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항하는 강력한 축인 나토에서 미국이 탈퇴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함으로써 유럽으로부터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이 국제사회에 되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이 너무 적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어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압박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무역서 美 끔찍할 정도로 이용…美에 이중고”
트럼프는 8일(현지 시간) 방송된 미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에 계속 남아있을 것인 지를 묻는 질문에 "만약 그들이 청구서를 지불한다면 그렇다"며 "만약 그들(나토 회원국)이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면 당연히 나토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은 무역에서 우리를 끔찍할 정도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double whammy)"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이 트럼프가 생각했을 때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는 동시에 미국과의 무역에서도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며 미국은 유럽에게 이중으로 당하고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이 만약 미국을 공정하게 대우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나토 탈퇴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그렇다(absolutely)”고 답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안보 무임승차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방위비 9배 증액 언급했던 트럼프…같은 압박 가능성
트럼프의 이 같은 인식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칭하며 방위비로 연 100억달러(약 14조 원)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0월 한미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 원으로 정하는 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2026년 한국이 지불할 액수의 9배에 가까운 규모였다. 같은 달 트럼프는 "(한국에 미군이 주둔함에도) 한국은 돈을 내지 않는다”며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이용당할 수만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8일 NBC 인터뷰에서 드러난 유럽에 대한 인식과 한국에 대한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향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韓세탁기 고율 관세로 수만 개 일자리 구해”
이날 트럼프는 과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산 세탁기 등에 고율 관세를 매겨 수 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구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향후 한국과의 무역에서 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날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과세를 부과한 것을 자신의 업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의 월풀을 보라.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수천 개, 수만 개의 일자리를 구했다"라며 "미국인들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미국)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고 일자리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따른 미국인의 부담 증가 가능성에 대해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은 하지 않으면서도 '관세 예찬론'은 이어갔다. 고율 관세 부과 시 미국 국민의 부담이 증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나는 어떤 것도 장담할(guarantee) 수 없다"며 1기 정부 때 대(對)중국 관세 부과를 거론하며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관세로) 받았으나 인플레이션은 없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나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말한 뒤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보조금을 준다면, 그들이 차라리 (미국의) 주(州)가 되도록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평평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빠르게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생 시민권 폐지할 것” 재확인
트럼프는 "2기 임기 동안 불법 이민자를 모두 추방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불법이민) 범죄자부터 시작하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할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는 불법 이민자지만 자녀는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경우와 관련, "가족을 서로 떨어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 모두를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생 시민권 폐지 계획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 땅에서 태어날 경우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 헌법과 관련, 행정명령이 헌법을 우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개헌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행정 조치를 통해서 할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1기 때) 행정 조치를 통해서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19에 먼저 대응해야 했다"고 대답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행정명령을 통해 이른바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고 미국 시민권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원정 출산'을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날 트럼프는 임시 낙태약을 금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6일 뉴욕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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