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두고 사회 각계에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일대가 주말 사이 반짝 특수를 누렸다. 시민 사회가 집회를 연달아 예고하면서 국회 주변 지역 매출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저녁 7시께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일대는 집회가 끝나고 귀가하려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만 3000명(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몰리면서 평소 한산한 주말 국회 풍경을 바꿔 놓았다.
비슷한 시각 국회의사당역 50m 이내 위치한 쌀국수 식당은 순식간에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인파를 응대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던 직원은 “평소 주말보다 2~3배 손님들이 많다”면서 “지금부터 웨이팅하려면 2시간은 기다리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명 ‘서여의도’로 분류되는 국회의사당역 상권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이다. 국회 외에도 KDB산업은행·KBS·한국수출입은행 등이 인접해 평일에는 유동 인구가 많지만 주말에는 비교적 적다. 이 때문에 이날 주변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음식점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촉구를 위해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려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 7000명(주최 측 100만 명)이 모인 데 이어 이날에도 집회가 열리면서 영업 중인 일부 음식점들에 사람이 몰린 것이다.
몇몇 식당들은 오후 6시도 안 돼 재료 소진으로 영업을 종료하기도 했다. 식당가를 서성이던 집회 참가자 일행 10여 명은 영업 중인 치킨집을 찾았으나 “치킨이 모두 동났다”는 말에 “근처 여의도 공원에 가서 배달음식을 주문하자”면서 발길을 돌렸다. 이는 주말 사이 서울 광화문·성수 등 관광지가 계엄령 여파로 송년회가 취소되고 유동인구가 줄며 매출 급감을 겪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선결제 릴레이’가 확산하면서 카페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회에서는 K팝·애니메이션 등 팬덤에 속한 1020 세대가 눈에 띄게 많았는데, 이들이 해산한 뒤 응원봉을 들고 그대로 카페에 들어가 선결제한 음료를 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카페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오늘 32명이 선주문을 했는데 인당 20~100잔 정도 주문한 것 같다”면서 “주말인데 평일만큼 사람이 많은 것 같다. 1.5배 수준이다”라고 전했다. 이날에만 최대 3000잔가량이 집회 참여자를 위한 선주문으로 판매된 셈이다.
‘선결제 릴레이’의 유래를 실제로 관람하지 않더라도 흥행을 위해 영화·콘서트 등을 예매하는 팬덤 문화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었다. 카페에서 선주문된 캐모마일 차를 주문한 장 모(27)씨는 “X(구 트위터)에서 팬덤에 상관 없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담아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면서 “(선결제는) 팬덤의 ‘마음 보내기’ 같은 문화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어지는 것 같다. 덕분에 추운데 따뜻하게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겨울 집회에 필수적인 핫팩이나 물·이온음료·보조 배터리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 매대도 비어 있었다. 편의점 직원들은 때아닌 주말에도 물류를 나르며 재고를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
한편 평일인 9일에도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시민단체는 9일 오후 6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시민 촛불집회를 연다. 촛불행동도 9일부터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매일 저녁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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