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했던 김예지 의원이 돌아와 투표한 이유에 대해 "주변 시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그냥 간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BBC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탄핵 표결이 있던 날 (대통령) 담화를 보고 혼란을 막는 방법이 탄핵을 부결시키는 방법만 있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무기명 방식인 투표 내용을 알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고 했다. 탄핵안 무기명 투표에는 야당 의원 192명과 김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만 참석했다.
김 의원은 당 내부에서 투표하러 가는 것을 막지는 않았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국민의힘은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수습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당론을 따르지 않고 투표한 뒤, 감당하기 어려운 반응에 직면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투표 후) 당원분들로부터 정말 대응할 수 없을 만큼의 안 좋은 문자와 음성 메시지들을 많이 받았다"며 "'이제 나가라', '사퇴해라 등의 이야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변명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단순히 '나는 당론을 어길 거야' 해서 어긴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항상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한 것"이라며 뜻을 밝혔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야당을 위해서 온 건 아닌데'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다만 저는 감사를 받을 자격은 없다"며 "제가 대리해야 하는 시민들을 대신해서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안 투표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뒤 상황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면서도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인파가 많았고, 밖에서 탄핵하라고 외치는 시민분들이 많이 와 계셨다. 방송 기자도 많았다"며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면 같은 행동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탄핵안 재발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 생각과 또 민의를 반영한다는 마음은 같다"며 "단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국회의원의 책무에만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앞서 지난 3일 비상계엄령이 발동했을 때 다른 의원처럼 국회로 갔다. 당시 김 의원은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가려 했지만 한동훈 대표가 위험하다고 전화로 만류하여 담을 넘지 않고 국회 담장 주변에 머물렀던 사실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몸의 장벽으로 본회의장에 함께할 수 없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한 마음은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 번은 더 눌렀던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계엄령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더 두렵고 절박한 상황이 될 수 있는지를 이번에 경험하며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청각장애인들 같은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며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정말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상황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힘들더라도 우리 당을 좀 개혁해서 많은 시민들께 인정받고, 공감을 끌어내서 (시민과) 같이 만날 수 있는 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찬성했던 것 같다"라며 "제가 자격은 없지만 정부 여당에 의원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정말 국민만 바라보면서 일하겠다 약속을 드리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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