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북 경주 앞바다에서 대형 모래 운반선과 충돌한 어선이 전복돼 승선원 7명이 숨졌다. 제주 해상에서 승선원 14명이 사망·실종한 135금성호 침몰 사고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또 대형 어선 사고가 발생해 선박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43분께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남동쪽 약 6㎞ 바다에서 29톤급 어선 금광호(승선원 8명)와 456톤급 모래 운반선 태천2호(승선원 10명)가 충돌했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이 5시 57분께 현장에 도착해 확인한 결과 태천2호는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금광호는 완전히 전복된 상태였다. 해경은 사고 발생 초기에 일부 선원의 생존 반응을 확인했지만 강풍 등으로 구조 작업이 지연됐다. 결국 승선원 7명(한국인 3명, 인도네시아 4명)은 차례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명은 경주·울산 등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해경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인도네시아인 승선원 1명에 대한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저인망(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 어선인 금광호는 전날 오후 4시 16분께 감포항에서 가자미 등을 조업하기 위해 출항했다가 귀항하던 중 사고가 났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모래 운반선 선장 등을 불러 조사하고 항적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9727건 발생한 어선 사고는 올해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대형 선망 어선 135금성호 침몰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사고로 승선원 27명 중 한국인 선원 4명이 숨졌고 한국인 선원 8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2명 등 10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누적 810척(해경 함정 505척, 군 69척, 관공선 162척, 민간 어선 74척)의 함선·어선과 항공기 138대가 해상 수색에, 1만 482명이 육상 해안가 수색에 동원됐지만 여전히 실종자 10명을 찾지 못했고 사고 원인도 아직까지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제주의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 탓에 수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에도 전남 신안군 임자도 북방 4㎞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근해 자망 어선에서 그물을 투망하던 중 선원 3명이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 중 2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사고 상당수가 순간의 실수 때문에 발생하는 만큼 안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해양학부 교수는 “상당수 사고가 당직 중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하는 등 인적 과실에 의해 발생한다. 이번 사고도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날씨가 나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순간의 실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항해 안전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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