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개표가 무산된 지 이틀 뒤인 9일에도 국회 일대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진보 성향 단체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매일 같은 장소에서 촛불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후 6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4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참석자들은 "윤석열 퇴진", "국민의힘 해산"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탄핵 집회에도 20~30대 청년층이 다수 참여한 가운데 곳곳에서 다채로운 아이돌 응원봉·전광판 등이 눈에 띄었다. ‘계엄령 선포 후 해지 사태’ 이후 이날 3번째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는 A(20대 중반·여)씨는 “현재 아르바이트 중인데, 근무일정상 여유가 있어서 집회에 또 왔다”면서 “연달아 와서 피곤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올 거다. 탄핵소추안 가결을 넘어서 완전히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올 때까지 꾸준히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A씨와 함께 온 친구 B(20대 중반·여)씨는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 때는 교복을 입고 참여한 기억이 있다. 당시보다 훨씬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로 변화했다고 느껴진다”면서 들고 온 응원봉을 보여주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너무 딱딱한 분위기였는데, 장기적으로 집회를 하려면 조금은 재밌게 해야 한다. 계속 분노하면 피로해지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는 민중가수 손병휘씨의 노래에 맞춰 다 함께 민중가요를 배우고 따라 부르는 등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세대 대통합’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김예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보수의 심장·국힘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이 뒤집어지고 있다”면서 “오늘 저는 서울에서 함께 해주신 촛불시민들의 응원을 대구·경북으로 잘 전달해서 함께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그날까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혁주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윤 정부의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농가의 생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면서 “농민들은 다음 주부터 세상 바꾸는 전봉준 투쟁단의 이름으로 트랙터 대행진을 통해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2016년 박근혜 퇴진 투쟁 그때의 농민들의 모습으로, 2024년 12월에 반드시 서울로 올라오겠다. 저 멀리 전남 경남에서 농민의 이름으로, 전봉준의 이름으로 서울로 이동하겠다. 트랙터 시동도 이미 걸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행진한 뒤 함성을 지르고 정당 해체 및 윤 대통령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주최 측 추산 기준으로 행진한 시민은 약 3만 명 이상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이름이 적힌 종이들을 찢어 국민의힘 당사 앞에 던진 데 이어 저녁에는 대형 현수막을 당사 앞에서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한편 자유통일당과 보수단체들은 같은 날 오후 2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주사파 척결 자유 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 역시 오는 14일까지 매일 탄핵 반대 집회를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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