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7일 여당 의원 대부분의 불참으로 투표자가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결국 ‘투표 불성립’으로 처리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는 일단 피했지만 상황 자체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계속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으며 내란죄 관련 논란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7일 오전 윤 대통령의 담화에서 밝혔던 정국 정상화 방안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할 것임을 밝혔으며 그에 따라 임기 단축 개헌, 거국내각, 책임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모든 방안은 여야의 합의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임기 단축 개헌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다. 여당에서는 내후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시급한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임기 단축 개헌 자체에 대한 위헌 논란, 여타의 개헌 사안들을 미루고 원포인트 개헌을 하기 어려운 점 등 장애물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거국내각의 필요성이 주장되지만 이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거국내각 주장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거국내각이 구성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여야 합의가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최순실 사태로 국정 동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거국내각 주장이 나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2선 후퇴는 있을 수 없다며 차라리 탄핵하라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더라도 야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거국내각에 참여한다는 것은 여야의 휴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윤석열 정부와의 타협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책임총리의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고 볼 수 있으나 여기에도 문제는 적지 않다. 진영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 추천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책임총리 임명에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총리 공석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현실적인 대안은 한덕수 현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적 능력은 뛰어나되 정치적 조정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 총리가 책임총리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것이며 여당과의 협력관계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도 문제될 수 있다. 이는 이원정부제의 모델에 따라 대통령이 외교·통일·국방 등의 영역을 담당하고 총리가 국내정치·경제·사회 등의 영역을 담당하는 것보다는 윤 대통령이 영국의 왕과 같이 국가원수로서 의전적 권한을 갖는 정도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이 계속 국방을 담당하고 계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반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방안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사상누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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