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갖가지 추측과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김건희·김용현·김정은’ 3인의 김 씨가 이번 사태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폭발, 배후엔 3인의 김 씨와 심리적 한계’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 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 만큼 구체적 진실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주변을 취재해보면 핵심적인 배후 인물로 이들 3인이 공통적으로 언급된다”고 전했다.
첫 번째 김 씨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미네기시 히로시 편집위원은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에서는 사람이 돌변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영상 공개와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이어 대통령 부부의 선거 공천 개입 의혹의 열쇠를 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구속 등 일련의 사건이 겹치며 우려가 증폭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이 예기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계엄령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김 씨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을 강하게 건의한 인물이자 이번 사태의 실행역으로 지목된다. 칼럼은 김 전 장관이 수개월 전 갑작스럽게 국방장관에 임명됐을 때 정계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구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야당의 진위 추궁에 대통령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전 장관은 이를 실행에 옮긴 셈이 됐다.
세 번째 김 씨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북한은 최근 개헌으로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하며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이 도발하면 몇 배로 응징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계엄 선포문에서도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소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젊은 시절 윤 대통령이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의 자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는 뿌리 깊은 자유주의자로서 공산주의를 극도로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미네기시 편집위원은 이번 비상계엄이 치밀한 계획이 아닌 충동적 결정이었다고도 짚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에서 군대를 동원해 반대 세력과 행정·사법·언론을 통제하려 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는 점도 지목했다. ‘3인의 김 씨’가 윤 대통령의 불안정한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정부안에서 4조 1000억 원을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 ‘폭발’의 결정타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정보전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에 빠진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에코 체임버는 자신의 신념이나 관점을 강화하는 정보, 또는 자신과 유사한 가치관과 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이와 반대되는 의견은 차단하거나 무시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쓰무라 고로 전 육상자위대 동북방면 총감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는 범죄 집단 소굴’ 등 극우 성향 유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쓰는 것이 눈에 띄었다”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계엄 선포의 배경에는 일종의 이상심리 상태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