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혼란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계엄 사태 직후에는 시장 변동성이 우려보다 크지 않았으나 탄핵 표결 무산 후 첫 거래일인 9일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8원 오른 1437원으로 마감해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투매로 5.19% 폭락했고, 코스피는 2.78% 하락하며 2400 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노무라증권은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로 내년 환율이 달러당 15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으나 글로벌 기관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두 차례 한국 대통령 탄핵과 달리 이번 사태는 경제성장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각기 중국 경기 활황과 반도체 호황이라는 외부 호재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경기 침체라는 대외 리스크에 정치 불안이라는 내부 악재가 중첩돼 상황이 더 어렵다. 수출 전선엔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범용 D램은 지난달 20% 급락했고 정부 간 협의가 필수적인 방산 수출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수출 감소세가 본격화하면 그러잖아도 불안한 환율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튀어오를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외환시장과 증시의 최대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정치 불안을 속히 해소하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그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여야는 내년 예산안과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없이는 예산안 협의도 없다”고 버티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국가 살림을 정치적 볼모로 잡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금융·실물 경기의 하강을 막기 위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비상 시국일수록 여야와 정부가 힘을 모아 “한국의 경제는 안정적이다”라는 인식을 대외에 분명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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