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퇴진 등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 대치로 국정 마비가 심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최고위원회의와 비상의원총회 등을 가졌지만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정하지 못한 채 격론만 벌였다. 당내에선 퇴진 방안으로 임기 단축 개헌과 조기 하야 등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조사를 위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네 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는 등 대여 총공세에 나섰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를 내란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난국을 수습할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갈등을 키우면서 국가의 복합위기는 증폭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 총리가 8일 ‘2선 후퇴’ 취지의 윤 대통령 담화를 근거로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과 ‘국무총리와 여당 지도부의 공동 국정 운영’ 방안을 내놓았지만 위헌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야권은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에 대해 “위헌 통치이자 2차 내란”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한 대표가 뒤늦게 “국정 운영이 아닌 협의”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시사했지만 헌법 71조에서 규정한 ‘궐위’나 ‘사고’ 상태가 아니어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위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은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재추진하는 등 매주 탄핵안을 발의·표결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의도가 개입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국가 비상 상황인데도 여야 모두 ‘대선 시간표’를 두고 정치적 득실만 따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여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한 대표 거취 등을 놓고 또다시 친한계와 친윤계의 계파 갈등을 빚고 있다. 여당은 위헌 논란을 빚는 ‘한-한 공동 국정’ 방안을 접고 새로운 원내 지도부를 구성한 뒤 윤 대통령 퇴진의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해 조속히 야당과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 여야 모두 당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정 정상화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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