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현실화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탄소 저감 대안이 막막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급증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의 7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절반은 중국에서 추진 중이다. 기존 원전의 70% 이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가동 중인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중국은 1985년부터 처음으로 원전 건설에 나섰다. 미국의 원전 제조업은 바로 이때부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3년 12월 4세대 원전을 가동한 데 이어 핵융합 원자로 기술도 2030년 중반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융합은 꿈의 클린에너지 기술로, 석유 가스발전의 400만배, 핵분열 원전의 4배의 효율을 자랑한다. 중국은 이제 원전 산업에서 미국보다 10~15년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95기가와트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93개의 원자로를 운영 가동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자랑한다. 다만 미국에서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조지아주의 보글틀 원전 1개에 불과하다. 27개의 원자로를 건설 중이며 2035년까지 150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인 중국의 정책과 정반대의 행보다.
중국의 이 같은 원전 기술력 축적으로 세계 원전 수출 주도권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넘어간 지 오래다. 중국 정부는 원전을 2030년까지 30개의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에게 원전 수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최근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원전 수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2023년 11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를 제1호 원전건설 사업자로 선정했다. 한국과 미국·중국·프랑스는 카자흐스탄 제1호 원전 건설 사업 수주를 위해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전1기 수출은 자동차 100만 대 수출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전 세계 70여개 업체가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30년 이후 본격 상용화돼 세계 발전시장의 주요 전력원이 될 전망이다.
우리로서는 트럼프 신정부의 원전수출 드라이브에 올라타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트럼프 1기 미국 정부는 중·러의 공격적인 원전 수출을 안보 위협으로 선언한 데 이어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원전 생태계 복원과 원전 수출 확대를 강력 지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하 이러한 노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