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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있던 6층서 추락”…A조선업체의 ‘거짓말’을 밝히다

고용부, 중대재해 백서로 A기업 수사 공개

25년 차 작업자 추락하자, 안전시설 방어

5층서 난간 추락사인데…“6층서 떨어져”

난간 30cm 통과 재현…중대법 2년 실형

A씨가 추락한 선박 화물창 5층에 있던 안전 난간 중간이 파손됐다. 사진제공=고용부




‘쿵’

2022년 2월 19일 아침 경남에 있는 A 조선업체 내 한 선박의 화물창에서 소리가 들렸다. 당시 갑판 위 해치커버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구급차도 왔지만, 쓰러져 있던 B씨를 살릴 수 없었다. B씨는 25년차 선박작업 베테랑이었다.

A업체는 사고 후 B씨가 6층에서 추락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근거로 6층 안전난간 바깥으로 걸친 용접 호스 사진을 사고 조사를 맡은 고용노동부 등에 제시했다. B씨가 용접 호스를 정리하려다가 추락사했다는 것이다. 6층의 안전 난간은 파손된 곳이 없었다. A업체는 사측이 할 수 있는 안전 조치를 다 했다는 방어 논리로 사고 책임을 빠져나가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사고 조사팀은 의심이 들었다. 5층 안전 난간 일부가 끊어져 있었다. 높이는 105cm로 A씨(키 168cm)의 가슴팍 정도 되는 위치다. 만일 안전 난간이 없던 곳인 5층에서 떨어졌다면 A 업체의 사고 책임으로 ‘판’이 뒤집힌다.



A업체는 난간 틈이 30cm에 불과해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게다가 B씨는 겨울옷을 입고 안전띠도 착용했다는 것이다. 담당 검사는 사고 현장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실험하기로 했다. 담당 검사의 키는 168cm, 몸무게는 70kg으로 B씨와 비슷했다. A업체 관계자와 이 업체를 돕던 변호사가 보는 앞에서 검사는 난간 틈을 오고 갔다. 너무 쉽게 몸이 통과됐다. A 업체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이다.

고용부는 최근 중대재해 사고 백서에서 ‘A업체의 임원 누구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다’고 기술했다. A 업체 경영책임자는 결국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법정에서 2년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됐다. A 업체에서는 안전사고가 반복됐다. B씨가 사고를 당한 지 2년도 안돼 다시 근로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에만 작업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백서에는 실제 일어난 12건 사고에 대한 원인과 수사 과정, 예방 대책 등이 담겼다. 위험한 사업장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사망산재가 발생할 수 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백서 발간사를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첫걸음인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놓친 단 하나의 위험 요인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을 지낸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백서 추천사에서 “경영자의 의지를 토양으로 근로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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