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직장이 요구하는 수준 보다 학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공기업과 같은 더 나은 직장을 위한 청년 취업 경쟁이 심한 이유인 동시에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은 구조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 대학과 일자리 질이 결정되는 등 부의 대물림도 자리한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국제성인역량조사를 발표했다. 10년 주기로 실시되는 이 조사는 참가국 성인의 역량을 비교·평가한다. 이번 조사는 31개국 성인 약 16만 명이 참여했다. 우리는 6198명이 답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실제 최종 학력 수준이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학력 수준보다 높은 비율은 31.3%로 나타났다. 65%는 적정 학력, 3.7%는 학력 부족으로 조사됐다. 학력 과잉율은 OECD 평균치인 23.4%를 웃돌았다.
과도한 사교육 속 고용 시장에서 청년의 취업 경쟁이 심한 원인과 결과로 풀이된다. 그만큼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려는 수요가 사회 전반에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직장인이 자신의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을 심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고질적인 구인난을 겪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 12월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 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소망에 대해 1위로 ‘임금 인상’이 꼽혔다. 눈길을 끄는 답변은 20대는 2위를 ‘좋은 회사로 이직’이라고 답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의 취업난은 더 가중되고 있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한 뒤 첫 일자리를 얻는 소요 기간은 11.5개월을 기록했다. 2004년 이후 최대치다. 취업을 위해 소위 스펙쌓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은 공채 대신 경력으로 인재를 뽑고 있어 청년은 일경험도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구조 상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층위가 명확하게 나뉘어 시장 내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고용부가 올 5월 발표한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시급)은 2만 4799원이다. 정규직 시급을 100이라고 할 때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급 수준(1만 7586원)은 70.9로 나타났다. 고용 형태에 따른 임금 차이는 기업 규모까지 고려하면 더 벌어진다.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시급을 100으로 놓으면 300인 미만 비정규직은 44.1이다.
더 큰 우려는 최종 학력이 자신의 능력과 무관한 부모의 경제력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다. 한국은행이 올 8월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라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가 컸다. 부모 경제력이 높을수록 상위권 대학 진학이 더 쉬었다. 2018년 서울대 진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은 각각 32%, 1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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