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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되는 거 본적 있어?" 대사마다 후련한 세태풍자 '마당놀이'

[리뷰] 4년만에 돌아온 국립극장 '마당놀이'


“법대로 하자”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고 옥에 갇힌 춘향이 큰 소리로 외친다. 그러자 경국대전이 등장해 “너 요즘 법대로 되는 거 본 적 있냐”고 말한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호한다.

원조 풍자극 마당놀이…화려한 애드리브와 함께 4년 만에 귀환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서지혜 기자




마당놀이 모듬전의 한 장면. 사진=서지혜 기자


제대로 시대를 조롱하는 ‘원조 풍자극’이 돌아왔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마당놀이 모듬전’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춘풍이 온다(2018·2020)’등 총 6회의 공연으로 약 2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국립극장의 대표 연말 공연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마당놀이는 1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 공연한 마당놀이의 하이라이트를 하나로 엮은 ‘모듬전’ 형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마당놀이 모듬전에 나선 김성녀(왼쪽부터), 윤문식, 김종엽. 사진제공=국립극장




마당놀이는 1981년 극작가 김지일, 기획자 이영윤, 연출 손진책 등이 MBC 창사 2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마당놀이 ‘허생전’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이어졌다. 이후 국립극장이 ‘극장식 마당놀이’를 2014년부터 선보이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마당놀이 3인방으로 불리는 배우 윤문식(81), 김성녀(74), 김종엽(77)이 특별 출연해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심봉사, 뺑덕, 놀보 역을 맡은 세 사람은 연륜을 드러내는 엄청난 애드리브로 좌중을 압도한다.

‘아파트’ 멜로디에 ‘기생 게임’…고전 재해석의 백미


이번 마당놀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춘향전’의 변학도는 남원의 새 사또로 부임해 기생들을 점검하는데 이때 부르는 노래의 멜로디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다. 배우들은 “사또가 좋아하는 기생 게임~ 기생 게임~”이라는 가사를 큰 소리로 외치며 관객들을 폭소케 한다.

마당놀이 모듬전의 마지막 장면. 사진=서지혜 기자


세태 풍자는 거의 모든 대사 속에 담겨 있다. ‘서바이벌 게임’으로 마음에 드는 기생을 뽑겠다는 변학도의 의지는 ‘저출산 특례’로 출전한 임신 중인 기생 ‘PC(정치적 올바름) 특례’로 출전한 남성 기생 등 기상천외한 출전자들 때문에 좌절된다. 또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는 없다”며 의사 파업으로 인해 벌어진 현실을 개탄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후련한 마음을 느끼며 환호한다. 앞을 못 보는 심봉사는 태블릿PC로 공양미 300석을 바친다고 서명하기도 한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면 배우들은 관객들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관객과 배우가 하나가 되어 함께 어우러진다는 ‘마당놀이’의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무대로 나온 관객들은 무대로 나온 관객들은 흥겹게 희망의 춤을 추고, 한 판 놀이를 벌인다. 공연은 내년 1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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