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93)이 자신이 세운 ‘미디어 제국’의 보수 성향을 유지하기 위해 장남에게 지분을 몰아주려고 상속 계획 변경을 시도했다가 제동이 걸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네바다주의 신탁 감독관이 머독과 그의 장남 라클런 머독이 낸 가족 신탁 변경 요구를 거부했다고 법원 문서를 인용해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신탁 감독관은 6일 등록한 문서에서 머독과 라클런이 신의성실을 위배해 취소 불가능한 신탁을 수정하려 했다고 거부 사유를 밝혔다. 신탁은 위탁자가 신탁계약에 의해 수탁자에게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맡기는 제도로 영미권에서 재산 상속에 많이 활용된다.
현재의 가족 신탁은 머독이 사망하면 네 자녀가 가족 사업의 지분을 동등하게 넘겨받도록 하고 있다. 또 회사의 미래에 대해 네 자녀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머독은 후계자로 지명한 라클런이 방대한 TV 네트워크와 신문사들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가족 신탁 수정을 시도해 왔다. 머독은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인 형제들의 간섭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장남에게 권한을 부여해야만 보수적인 편집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호주 출신의 머독은 폭스뉴스와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물론 영국·호주의 주요 신문과 TV 방송을 거느린 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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