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물꼬가 트였으나 여전히 풀어야 숙제는 많다. 검·경·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각각 수사에 돌입하면서 한 사건을 두고 세 갈래 수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3곳이 협의 절차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수사 협동이라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해 소모적 수사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11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중대성과 혐의 소명 정도, 증거 인멸 염려 등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게 법원 측 설명이다.
김 전 장관은 충암고 7회 졸업생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년 선배다. 지난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해 해당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 전 장관은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부하들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향후 윤 대통령을 겨냥한 직접 수사 길이 열린 셈이지만, 여전히 수사는 세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수사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의를 한 차례 거절한 국소본의 경우 “3개 기관이 모두 참석한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도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 협의를 위한 3곳 사정기관이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들이 이번 수사에 대해 유불리가 명확한 만큼 신속한 수사를 위해서라도 협의점 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세 기관 중 유일하게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장을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없다.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현재 경찰의 수장인 조 청장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검찰은 경찰과 달리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내란죄 수사 경험도 있다. 그러나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려 해도 주요 피의자인 윤 대통령에게는 ‘불소추 특권’이 있어 사실상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인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다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내란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없다. 또한 수사 인력이 부족하고 수사 성과도 미약해 수사력에 대한 의심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전날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법원으로부터 기각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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