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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본시장법에 부적절한 '노력의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조문 개정은 한국의 모든 회사법 교과서에 쓰인 충실의무의 내용과 맞지 않으므로 상법학자 대다수는 찬성하지 않는다. 충실의무란 이사가 회사나 주주에게 충성할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걸 고친다고 일반주주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규정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더 도움이 된다.

다만 금융위가 추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 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의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한 것처럼, 금융위 초안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먼저 합병 등의 경우 ‘공정한 합병가액’ 개념을 도입한다. 이 부분이 개정의 핵심으로, 이를 개정하면 목적하는 바를 다 이루었다고 본다.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하라는 구체적 예시 부분은 시행령에서 정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 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주주를 굳이 배제하라는 것은 대주주에 대한 근거 없는 역차별이다. 주식 손 바뀜이 심한 한국에서 장기간 높은 자본 기여도를 시현한 대주주를 오히려 불이익하게 대접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입법의 취지가 일반주주 보호에 있는 만큼 대주주가 그 정도는 양보해도 좋다고 본다. 다만 ‘권고’라는 것이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로 되는 경우가 많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5년)을 삭제해 무제한 보호해야 한다는 것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분할 후 3년이면 주주 구성이 6번이나 12번 정도 바뀌는데, 자칫 엉뚱한 주주를 보호하는 결과가 되는 5년도 너무 긴 시간이 아닌가.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은 금융위원장이 ‘절차를 존중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설했다. 그러나 ‘노력의무’는 보통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요구하면서, 지키지 않았을 때도 벌칙은 없는 행정지도적 성격이 강한 개념이다. 예컨대 ‘환경정책기본법’이나 ‘아동복지법’ 등에서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국민 등의 의무로써 “환경정의를 실현하도록 노력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아동전용시설을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 등이다. 노력의무를 이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이사는 수임인으로서 반드시 계약을 이행하여야 하는 사람이지,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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