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에 단체로 불참한 여당에 대한 시민 분노가 의원 개개인에게 향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조정훈 국민의힘(서울 마포갑)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도 비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조 의원 지역사무실앞에서 ‘내란공범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 탄핵 찬성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무실 앞은 이미 시민들이 한바탕 쓸고 가 쑥대밭이 돼 있었다. 건물 1층 입구 앞에는 전날부터 배달돼 온 근조화환 대여섯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출입문에는 조 의원의 얼굴 위에 ‘내란범 윤석열 탄핵불참 국회의원’, ‘마포의 수치’ 등 항의 피켓들이 다수 붙어 있었다. 5층에 위치한 사무실 현관문도 비난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혼란한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은 30여명의 소소한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서 인도를 한가득 채울 정도로 인파가 불어났다. 시민들은 ‘표결불참 조정훈 의원님 부끄럽습니다’ ‘윤석열 탄핵’ 등의 피켓을 들고 ‘윤석열을 탄핵하라’ ‘조정훈은 탄핵에 동참하라’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첫 발언자로 나선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은 “조정훈 당신은 국민의 대표가 되기를 포기했다”며 “한때는 소신있는 정치인이었는지도 모르나 지금은 비겁한 내란 동조 세력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지역 주민들 역시 조 의원의 표결 불참을 ‘직무유기’라며 맹비난했다. 대흥동 주민 박 모(27) 씨는 “지역 주민들을 대표해서 일하라고 뽑아준 건데 표결에도 불참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겨우 600표 차이로 당선된 주제에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수동 주민 윤 모(60) 씨는 “투표에 불참한 조 의원은 내란 공범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을 끌어내리기를 마포구 주민으로서 간곡히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기자회견 사진을 찍고 구호를 함께 외치는 등 동참하는 분위기였지만 마찰도 있었다. 인도 앞을 지나가던 한 차량은 항의 표시로 경적을 반복적으로 울리다가 참가자들과 몸싸움을 벌일 뻔했다. 욕설을 하면서 지나가는 한 행인에게 “그냥 지나가면 되지”라며 쏘아붙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편 최근 며칠새 시민들의 분노는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의 지역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특히 무당층·중도층이 많은 서울 지역구들에서 민심 이반이 뚜렷하다. 서울에 있는 국민의힘 지역사무실 11곳 중 8곳에 근조화환이 배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근조화환과 함께 쓰레기가 놓였고, 서울 서초구의 신동욱 의원 사무실 앞에는 8개의 근조화환이 놓였다. 서울 동작구 나경원 의원 지지자들은 지역구 사무실 앞에 집회를 먼저 신청하는 방식으로 항의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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