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 가까운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의 정산 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구영배 큐텐 대표가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 수사팀(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검사)은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후 5개월 만이다. 검찰은 구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자 추가 영장 청구 없이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구 대표는 류광진·류화현 대표 등과 짜고 1조 8500억 원 규모의 티몬·위메프 판매자들의 정산 대금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티몬·위메프 등 계열사들에 컨설팅이나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10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류화현·류광진 대표와 공모해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727억 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구 대표에게는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이 밖에 미국 e커머스 회사 ‘위시’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구 대표 등이 티몬·위메프가 상품권 등을 판매한 정산 자금 500억 원을 대여 형식으로 인터파크커머스에 송금해 인수 자금으로 쓴 혐의 또한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자금난에 처한 큐텐을 구하기 위해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기업공개(IPO)하려고 했고 이를 위해 적자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해 두 회사의 거래 대금 등 자금을 빼돌릴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특히 법인 자금 대여를 금지하는 싱가포르 회사법과 국내 외화의 해외 송금을 일부 제한하는 국내 외국환거래법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법인을 활용해 자금 유출 방안을 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구 대표가 티몬 내 보유 자금 110억 원과 위메프 내 50억 원을 선급금으로 가장해 큐텐에 송금하게 하고 큐텐의 정산 대금과 운영자금 지급을 위해 티몬·위메프의 정산용 자금 317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큐텐과 큐익스프레스에 송금하게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계열사들이 결국 판매자나 소비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정산 자금을 지속 유출하며 경영이 한계에 달하자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났다. 검찰은 피해자 33만 명에게 각종 판매 대금으로 1조 8563억 원을 받았지만 1조 5950억 원을 정산해주지 못하는 정산 불능 사태가 발생했다고 봤다.
구 대표는 신설 법인을 세워 새로운 사업을 하고 이를 통해 변제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변제 계획이 없고 피해 변제를 위해 출연할 사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검찰은 구 대표에게 피해 회복 의사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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