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대통령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대통령실의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경찰이 대통령실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청와대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거부된 이후로 처음이다.
11일 특수단은 인력 60여 명을 투입해 대통령실을 포함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 등 4곳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수단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를 진행했던 곳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영장집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윤석열 대통령을 적시했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없었으며, 관저는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1시 45분께 특수단 관계자 18명은 용산 대통령실 서문 민원실에 도착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처가 출입등록 절차 미완료 등을 이유로 진입을 가로막았다.
특수단은 민원실 2층 회의실에서 대기하며 대통령 경호처에 협조를 구하기도 하고 협의를 해달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윤재순 대통령비서실 총무가 경찰 측의 입장을 듣고 내부에 전달하겠다고도 했지만, 끝내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 등을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특수단은 전 계엄사령부가 사용한 시설과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한 때 용산 합동참모본부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다시 가로막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내용은 대통령실 압수수색 영장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수단의 압수수색 집행 시간은 일몰 시간인 오후 5시 14분까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날 대통령 경호처의 거부로 압수수색이 불발되더라도 영장을 폐기되지 않는다. 특수단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당시 기간을 여유롭게 잡았다고 밝혔다.
현재 특수단은 대통령실과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건네받을 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 만약 임의제출이 협의가 된다면 경찰은 확보한 자료와 장비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협의가 무산된다면 경찰은 압수수색이 가능한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강제수사를 시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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