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제14형사부(장성훈 부장판사)는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허 회장에 대해 벌금 1억 원을 부과했다.
다만 재판부는 한일시멘트 주식 소유상황 보고의무 위반 및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의무 위반과 관련된 혐의만 인정했으며, 그 외 시세조종·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 등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전 모 한일홀딩스 대표 역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나머지 한일홀딩스 임원 중 3명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 1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허 회장 등은 2020년 5월 한일홀딩스 산하에 있던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한일현대시멘트의 모회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한일시멘트의 주가를 인위로 조작해 사적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지분 없이 한일홀딩스의 지분만 약 30%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 과정에서 한일시멘트의 기업가치가 급락했고 그 결과 한일홀딩스 합병 법인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검찰에 따르면 한 회장은 회사 분할 과정에서 한딩홀딩스 주식을 집중 보유하기 위해 초등학교 동창생 등의 계좌를 이용해 한일시멘트 주식을 차명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한 후 맡은 첫 기업 사건이었다. 특사경은 2020년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허 회장 등을 2021년 11월 기소했다. 올해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허 회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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