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출마한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을 교두보 삼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조기 대선에 친윤계 후보를 내세우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대표가 반대하는 권 의원이 12일 신임 원내 사령탑에 오를 경우 한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축출 시나리오에 따라 입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권 의원과 김태호 의원 간 경선을 실시한다. 당 안팎에선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첫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권 의원이 재등판한 배경을 두고 향후 두 가지 정국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용산과 친윤계의 생각이 일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첫 번째는 이달 14일 예상되는 국회의 탄핵안 2차 표결이 가결될 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심판에 착수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소추위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모든 재판에 참여한 권 의원 만큼 탄핵의 전 과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가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권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에 오르면 탄핵 정국의 여당을 사실상 진두지휘할 수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기각을 이끌어 내면 제일 좋지만 최대한 심판을 끌기 위해서라도 권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쥐어야 한다고 여당 의원들은 생각할 것 같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해 조기 대선 실시가 결정될 경우다. 이때에도 용산과 친윤계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존재해야만 친윤계 대선 주자를 내세울 수 있다. 중요한 건 두 시나리오 모두 한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앞서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한 대표가 조만간 축출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고위원회에서 친윤계인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에 더해 친한(친한동훈)계 분류가 불확실해진 장동혁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한동훈 대표 체제는 곧바로 붕괴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실제 장 최고위원은 탄핵안 통과 시 사퇴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한 대표의 입지도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일단 12일 친윤계와 친한계가 ‘표 대결’을 펼치는 원내대표 경선이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친윤계는 권 의원, 친한계는 김 의원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지만 수적으로 친윤계가 우세해 권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
앞서 한 대표가 중진 의원들의 권 의원 추대를 두고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음에도 권 의원이 선출될 경우 리더십에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또 한 대표가 추진하는 이른바 퇴진 로드맵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또 새 원내대표가 14일 탄핵안 표결을 ‘자율 투표’로 결정했는데 가결될 경우 책임론은 한 대표에게 쏠릴 공산이 크다. 1차적으로는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여론이 분출할 수밖에 없고 2차적으로는 “친한계에서 이탈표가 나왔다”는 친윤계의 파상공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물러나면 마찬가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새 비대위원장을 물색하며 당을 이끌게 된다. 용산과 친윤계는 그 적임자가 권 의원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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