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상 처음으로 보유 중인 순자산가치가 4000억 달러를 넘어선 인물이 됐다.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그가 보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도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총 순자산가치는 4392억 달러(약 628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총자산(2440억 달러)보다 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억만장자지수 3~5위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2190억 달러),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1970억 달러),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1800억 달러)순이다.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5.93% 오른 424.77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종전 최고가였던 2021년 11월 4일의 409.97달러를 훌쩍 넘어선 사상 최고가다. 약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 주가는 4일부터 6거래일째 랠리를 이어갔다.
테슬라에 대한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선거운동을 적극 도운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에만 38% 올랐다. 대선일 이후 테슬라 주가는 68.9%나 상승했다. 이날 종가 기준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조 3635억 달러로 대선 결과 확정 이후 5주 만에 5593억 달러(약 800조 원)가량 불어났다.
머스크가 기존 연방정부의 지출 삭감과 규제 철폐 방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공동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사업에 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영향을 줬다. 모건스탠리는 “머스크의 정치권 진입은 테슬라의 펀더멘털 전망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생각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내부자 주식 매각도 그의 순자산가치 급증에 촉매제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와 투자자들이 내부자 주식 매각에 합의하면서 주당 가격을 185달러로 책정했는데 이는 3개월 전 평가 기준인 112달러보다 65% 상승한 수준이다. 스페이스X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3500억 달러(약 501조 원)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머스크의 순자산가치는 약 500억 달러(약 72조 원) 불어났다. 머스크의 막강해진 정치적 영향력이 우주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해 스페이스X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기업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4일 머스크의 우주사업에 자금 등을 지원해온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수장으로 지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평가 가치도 상승 중이다. xAI의 기업가치는 지난달 중순 자금 조달 펀딩에서 500억 달러(약 72조 원) 수준으로 평가돼 5월 펀딩(240억 달러) 때와 비교해 6개월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고 미 경제 매체 CNBC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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