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며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윤 대통령은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퇴진을 거부하고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강변해 탄핵 정국과 내란죄 수사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라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로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나”라며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는 당 대표의 유죄 선고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 단 하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29분간 이어진 담화의 대부분을 비상계엄 선포 배경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마비와 국헌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으로 지목하며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 탄핵 집회△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 추진 △27번의 위헌적 특검 법안 발의 △면죄부 셀프 방탄 입법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이 국정 마비이자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전산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번에 국방장관에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이 부정선거 의혹 확인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국정원이) 점검했지만 상황은 심각했다”며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강조했다. 또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2년 이상 한국 내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이 최근 적발됐으며 지난달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40대 중국인이 잡혔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순간도 개인적 인기나 대통령 임기, 자리보전에 연연해온 적이 없다”며 “자리보전 생각만 있었다면 국헌문란 세력과 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 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닷새 만에 대국민 담화로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 21건과 시행령 21건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법률 심의 안건을 재가한 것은 하야를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인사권을 행사했으며 11일에는 비상계엄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한 류혁 법무부 감찰관의 면직을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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