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여당에서 제안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탄핵 심판과 수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 헌법과 법체계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내란죄’ 혐의도 부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한 것”이라며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당론으로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계엄에 대한 황당한 해명으로 점철된 윤 대통령 담화가 여당 내 탄핵 여론에도 기름을 부으면서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나흘간의 칩거를 깨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29분간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이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강변했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의 통치행위임을 내세워 검경의 내란죄 수사와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법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 진입에 대해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느냐”며 부정선거 의혹 규명이 계엄 선포의 또 다른 배경임을 자인했다.
윤 대통령 담화 직후 한 대표는 “대통령이 조기 퇴진에 응할 생각이 없는 만큼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의원총회에 참석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였다”며 의원들에게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고 호소했다. 이날 한지아·진종오 의원도 탄핵에 찬성하기로 해 여당 내 이탈표는 7명으로 늘었다. 14일 표결에서 추가로 여당 의원 1명만 더 찬성표를 던질 경우 탄핵안은 가결된다. 한 대표는 윤리위원회도 소집해 윤 대통령 탈당·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이날 선출된 ‘친윤 핵심’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탄핵 찬성 당론 주장에 대해 “지금은 탄핵 부결이 당론”이라며 “의총을 열어 의견을 모은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날 2차 탄핵안을 발의하고 ‘내란 특검법’과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안 역시 함께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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