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기술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법안 때문에 치료도 못해보고 우리 아이들이 시력을 잃고, 세상을 떠나지 않게 해주세요.”
12일 국회전자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유전자세포치료 법안 개정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기준 2만 4500명의 청원을 받았다. 청원에 사연을 올린 사람은 자신을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희귀안질환 환아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유전자세포치료는 희귀안질환뿐만 아니라 백혈병, 소아암 등 유전자 변이로 인한 다양한 희귀질환의 치료법”이라며 “국내에서는 예산과 법안 문제로 실현이 되지 못해 치료도 못해보고 우리 곁을 떠나 별이 된 아이들이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만 한 해 무려 백여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청원자는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유전자세포치료센터설립을 위한 예산확보와 임상 연구비 지원 등에 대한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며 “법안이 개정된다면 수 억 단위의 치료제 고 비용의 문제를 없애고 많은 환아들에게는 임상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밝은 세상, 예쁜 세상 오래도록 보여주고 싶다”며 “청원이 통과돼 유전자 세포 치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소아암 소아백혈병 희귀안질환 아이들에게 국가가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청원자가 요청한 세포유전자치료와 관련된 법안은 수년 동안 국회에서 논의돼왔지만 입법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국회에서는 희귀질환 치료 예산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동의가 이뤄졌지만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는 소극적인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지난달 27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희귀병을 앓는 딸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국토대장정에 나선 아버지 사례’를 언급하며 “기재부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우리 지역 희귀난치병 아이도 주사를 한 번 투여할 때 1억 원이 넘는 치료비가 발생하더라. 천문학적 치료비가 들어가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에서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됐고, 탄핵 정국에 이르러서는 전체 예산이 줄면서 보건복지 분야 예산도 쪼그라들었다. 복지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예산은 당초 정부 안보다 69억 원 삭감됐다.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는 국가 보건의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비용·고난도의 파급효과가 큰 임무 중심형 R&D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백신‧치료제 주권 확보, 미정복 질환 극복, 필수의료 역할 강화, 초고령 사회 대응, 미래 신기술 확보 등이 주된 임무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회장은 “복지부에서 최근까지도 정부 예산으로 편성을 시도했지만 기재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정국이 안정되면 다시 예산에 넣을 수 있도록 요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세포·유전자 치료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내년 2월 시행된다. 이전에는 첨단재생의료 임상 연구가 특정 질환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진행됐으나, 개정안은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임상 연구 참여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소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3일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을 대상으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 연구, 난치질환 및 보건복지부장관이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연구 등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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