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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문화 넘어 사회·정치·예술까지…인류 사고 지배한 그리스 신화

■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리처드 벅스턴 지음, 더퀘스트 펴냄)





그리스의 최고 여신이라고 각자 자부하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목동 신분으로 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사과 하나를 내밀었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들 여신은 각자 자신을 선택하라며 공약을 내걸었다. 파리스에게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용맹’을 주겠다고 했다. 반면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했다. 파리스는 결국 아프로디테를 사과의 주인으로 꼽았고 누구나 알듯이 이는 10년간의 트로이전쟁으로 이어졌다.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이 이야기에서 최고선의 존재, 여성 인권 등을 포함해 다양한 해석이 파생됐다.

신간 ‘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는 동서고금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그리스 신화 중 현대의 사회·문화와 정치, 예술까지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8가지 테마를 꼽아 그 기원부터 현대에 끼치는 영향력까지 쉽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8가지 테마는 △파리스의 심판(선택과 순위 매기기의 딜레마)과 함께 △프로메테우스(인류 문명을 창조한 파괴적 존재) △메데이아(격정과 파멸의 악녀)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비운의 재능과 무모한 열정의 파국) △아마조네스(여성의 초월적 권력을 향한 이상) △오이디푸스(복잡한 인간 심리의 표상) △헤라클레스의 과업(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모든 것)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 등이다. 이를 통해 가족이나 다름의 개념, 기원, 정치, 선택, 인간과 신 사이의 관계를 볼 수 있다.

물론 그리스 신화들의 가치가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다. 처음 만들어진 3000년 전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돼 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통해 진리를 찾아왔고 상업적으로 이용해 왔다. 여객선 타이타닉, 우주 프로그램 아폴론, 다국적 기업 아마존,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고가백 에르메스는 모두 브랜드명을 이들 신화에서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비즈니스 프로젝트와 광고, 마케팅에 있어서 그리스 신화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보물 상자다. 그리스 신화의 분명한 존재감은 연극과 시, 만화책, 게임을 포함하는 사실상 모든 예술 매체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책은 고전과 현대의 사회·문화와의 연결성을 풍부한 예시로 생생하게 전달하며 신화의 기초 지식을 알려준다. 1만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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