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신임 총리로 범여권 중도파 정당인 모뎀(MoDem)의 프랑수아 바이루 대표를 임명했다.
프랑스 하원이 5일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발의한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끈 정부가 무너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올해 73세인 바이루 신임 총리는 2017년부터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연합에 참여해온 모뎀을 창당한 인물로 2002년부터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베테랑 정치인이기도 하다. 특히 2017년 대선에서는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주도하는 극우 세력의 부상을 막기 위해 출마를 포기하고 마크롱을 지지한 바 있다.
새 총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2025년도 예산안 통과다. 전임 바르니에 총리는 긴축 예산안을 강행하려다 극우와 극좌 연합의 반대로 불신임 당했다. 이를 위해 내각을 구성한 뒤 다시 예산안을 작성해야 한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내각 구성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 마크롱 지지 중도파, 르펜이 이끄는 RN 등 세 개 연합체 집단으로 분류된다. 올 6월 마크롱의 의회 해산 이후 실시된 총선 결과로, 대통령의 의회 장악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루 총리의 성공 여부가 중도 좌·우파의 지지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극좌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와 연대한 사회당의 온건파를 분리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주초 사회당, 녹색당과 연이어 회담을 가지며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한 결과 사회당은 ‘마크롱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온 인물이 이끄는 내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르펜은 총리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 “전임자가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을 시작하라”며 “합리적이고 신중한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요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서는 “마크롱주의의 연장에 불과한 그 어떤 정책도 실패로만 이어질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야권은 대통령까지 국정 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새 총리 인선을 준비해 왔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가 혼합된 정부 형태인 이원집정부제로, 대통령은 총리 임명권을, 의회는 정부 불신임권을 각각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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