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발 ‘마가(MAGA) 외교’ 구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에 빠진 우리나라가 리더십 부재로 인해 국제적 고립 상태를 맞을 것이란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정상외교를 선호하는 트럼프의 스타일과, 취임 초 몰아닥칠 행정명령 후폭풍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개월 간 우리의 리더십 부재는 씻을 수 없는 국가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1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한국에 엄청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진 것이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3국의 대중국 견제에도 위험 신호라는 경고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골프까지 배워가며 트럼프와 스킨십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계엄 사태에 탄핵 국면으로 한국의 ‘정상’은 모호해졌으며, 국제 무대에서 국가의 신뢰 또한 추락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한미군 방위비 등에 불만이 높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물려 발생한 한국의 정치적 마비 상황은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미국과의 외교에서 한국을 더욱 취약한 입장에 놓이게 하고, 외교·무역 정책에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2기의 ‘골든 타임’을 우리가 놓치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도 “트럼프의 첫 100일이 아닌 첫 100시간에 주한미군, 관세 등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많은 일이 나올 것”이라면서 “(전 세계) 모두가 마러라고나 백악관에 가서 개별 협상을 시도하는데 한국에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대니얼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의 라미 김 교수는 WP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럴 경우) 그는 대통령의 권한과 군 통수권을 가지며, 한국 외교의 대표”라며 "그러면 미국 정부는 누구와 대화해야 하느냐. 이는 동맹에 정말 해로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서히 회복되던 중국과의 관계 마저 윤 대통령이 전날 중국 스파이와 중국산 태양광을 지적하며 차갑게 냉각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측의 발언에 대해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중 양국은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정상회담을 치를 계획이었는데 이마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관계를 회복한 일본과의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각 부처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사업이 전개돼야 하지만 주요 장관 자리가 공석이거나 다수는 계엄 관련 수사 대상에 올라 운신의 폭이 좁다. 일본 역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입지가 탄탄하지 못해 한일 간 리더십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여건이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악용해 북한과 러시아가 러북 협력을 정당화하고 주변국을 상대로 한 핵 태세를 강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앞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 상황을 이용해 윤 대통령이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며 이것이 북한의 군사적 준비 태세 강화와 핵 미사일 활동을 정당화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1993~199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한 클링너는 “러시아도 북한과 러시아가 결속을 다지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한국의 사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는 나라이므로 러북 동맹을 맺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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