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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새 시대 열자”… 尹 탄핵 표결 앞둔 여의도, 한파에도 ‘후끈’

주말에도 오전부터 모인 시민들

재치 있는 깃발도 어김없이 등장

전대협도 무료의료지원 등 봉사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 있는 탄핵 집회 관련 버스. 이승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여의도. 한 주를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주말임에도 시민들은 이른 시간부터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패딩·장갑·목도리·마스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차가운 바닥 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길거리에는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들이 놓여 있었고, 집회 참석자들은 이를 하나 둘 집어가고 있었다.

지난주부터 집회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던 재치있는 문구가 적힌 깃발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 사람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전국 얼죽아 연합회’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패딩이 아닌 코트를 입겠다는 ‘전국 얼죽코 연합회’ 깃발 아래에는 코트를 입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다.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문구가 들어간 것에 분노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여의도공원 한 구석에 의료지원단 부스를 마련했다. 대전협은 추운 날씨에 대비해 간단한 의료 지원에 나섰으며, 핫팩과 바세린 등을 무료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부스 앞에는 무료 지원을 받으러 나온 시민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었다.

부스에서 응급처치 받고 나온 안준화(62) 씨는 “여의도역에서 올라오다가 조금 넘어져서 간단한 처치 받았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3040 세대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MZ세대 등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고 집회 문화도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된 푸드코트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승령 기자


각종 무료나눔도 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여의도공원에 모인 푸드트럭에서는 뭉게뭉게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사이로는 ‘무료나눔’, ‘후원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고, 사람들은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집회 현장에는 영화에 등장한 옛 마을버스에 손글씨로 쓰여진 ‘시민은 국회 앞으로’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버스가 신기한 듯 앞에서 저마다 챙겨온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인파가 몰리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안전 조치도 이뤄졌다. 서울시설공단은 여의도 인근 따릉이 대여소를 안전상의 문제로 임시 폐쇄한다는 안내문을 붙여놨고, 자전거는 모두 치워져 있었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전날 구속되면서 하루 아침에 수장을 잃은 경찰은 이날 진행되는 대규모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와 관련해 ‘최소 대응’이라는 안전대응 방침을 세웠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국회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대규모 촛불집회가 진행된다. 주최 측 예상 참여 인원은 2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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