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치권은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할 전망이다. 특히 탄핵 정국을 주도하며 차기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숨에 유력 대권 후보로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
여론조사공정이 이달 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49%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1%를 기록해 2위에 올랐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6.8%로 3위에 머물렀다.
오세훈 서울시장 6%, 홍준표 대구시장 5.8%, 김동연 경기지사 4.4%,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3.3%,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1.2%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야권에서는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신(新)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 정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 대표 독주 체제에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내에서 당 대표로서 탄핵 정국을 주도한 이 대표에 비해 당 안팎의 지지세를 결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명계 주자들도 우선 이 대표와 손잡고 대여 투쟁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김경수 전 지사와 김동연 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각각 서울과 대구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했다. 김 전 지사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경고한다”며 “부디 오늘만큼은 정상적인 정치인 이전에 양심적 가장,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자”고 투표를 독려했다. 김 전 총리도 “탄핵 찬성은 배신이 아니다”라며 여당의 찬성 표결을 요구했다.
유력 대선 주자 중 한 명이던 조국 전 대표가 피선거권을 상실하며 이 대표의 독주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감찰 무마 혐의에 대한 징역 2년 실형 선고로 향후 2년간 법정구속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사면·복권되지 않는 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조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범국민대회’에서 “여러분과 똑같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를 대신해 윤석열 탄핵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은 탄핵 사태를 거치며 리더십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계엄 해제 직후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탄핵 찬성 입장을 내비쳤지만 부결 당론을 꺾지 못했고,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탄핵 반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후 재차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며 당 대표 자리 마저 불안해진 형국이다. 안철수 의원이 1차 표결부터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표를 던지며 소신 행보를 보였지만 여당내 지지 세력은 미약하다는 평가다.
책임총리제를 제안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히다 뒤늦게 탄핵 찬성으로 선회한 오 시장에게도 탄핵안 가결로 인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이 비상계엄 해제 직후 “이 대표를 위한 ‘방탄 국회’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계엄 사태의 원인을 야당에 돌린 것 또한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최장 6개월 동안 진행된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면 내년 여름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다만 8년 전인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가결돼 헌재에서 인용될때까지 91일이 걸렸고 대선이 2017년 5월 9일 치러진 것을 고려하면 내년 5월 대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 전화 가상 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5.8%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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