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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에 기름부은 ‘자멸’ 담화에…與도 등 돌렸다 [尹대통령 탄핵 가결]

속속 드러난 ‘위헌·위법’ 계엄 정황

정치인 체포 시도에 선관위 장악도

반성 없는 네 번째 담화에 與도 분노

韓 “내란 자백”…탄핵 찬성 늘어나

무너진 경제…‘우방’ 美마저 尹비판

정치적 위기 키운 ‘명태균 게이트’

‘여사 리스크’ 앞에선 한없이 작아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일인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많은 시민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임기와 향후 국정 안정 방안을 ‘우리’ 당과 정부에 일임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깨져버렸다. 불법적인 계엄을 생중계로 목격한 국민들의 탄핵 요구는 지난 7일 탄핵안 부결을 거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논리로 방어에 나섰지만, 여권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탄핵 저지선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렇게 윤 대통령은 14일 국회의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직무가 정지됐다.

12·3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난 뒤, 국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당시 행적에 대한 군 관계자들의 증언이 일제히 쏟아졌다. 계엄 발표 뒤 합동참모본부 벙커를 찾은 윤 대통령이 국회 점령 작전에 투입된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등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 사실이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윤 대통령이 내란을 공모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수개월 전부터 계엄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사유로 내민 조건도 위헌 그 자체였다. 윤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을 4번이나 사용했다. 그가 지칭한 ‘반국가 세력’은 다름 아닌 야당이었다.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와 정부 인사들의 잇따른 탄핵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것 자체가 국민적 동의를 얻기엔 한계가 분명했다.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지시는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명백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체포 지시가 내려온 정치인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었다.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방송인 김어준 씨 등 ‘헌정질서 유린’과는 거리가 먼 인사들까지 체포자 명단에 포함됐다. 여기에 또 다른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마저도 장악하려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응원봉을 들고 탄핵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대국민 사과’를 한 윤 대통령은 두 번째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에는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야당을 또 다시 ‘반국가 세력’이라고 칭하며, 불법적 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

거짓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전 국민이 국회가 폐쇄되는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봤음에도 윤 대통령은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계엄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린 뒤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했지만, 계엄군은 선포 2분 뒤 선관위에 도착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부정선거’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은 물론,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딨느냐”며 되레 큰소리를 쳤다. ‘비상계엄은 통치행위’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위헌적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의 담화가 오히려 성난 탄핵 민심에 기름을 붓자 윤 대통령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던 여당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7일 표결에 참석했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은 물론, 조경태·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이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마지막 담화를 두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고 평가하며 자당 의원들의 탄핵 찬성을 독려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 1인 시위 중인 김상욱 의원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고 있다. 사진=김상욱 의원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커진 경제 불확실성도 정부여당 입장에선 부담이었다. 위험성을 느낀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탈출 러시를 이어갔고, 환율은 요동쳤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 맨 앞에 둔 4대 개혁(의료·연금·교육·노동) 또한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여당이 그토록 강조한 ‘시장자본주의’ 존중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펼쳐졌다. 정권 출범 이후 줄곧 ‘한미일 동맹’을 강조했지만 미국 정부마저도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과 민주적 절차가 승리할 것”이라며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렸다.

정치적으로는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논란’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앞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선 ‘당선인 신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취는 대통령이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더욱 불을 지폈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 출신이다. ‘공천개입’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죄 사유 중 하나였다.

정권 내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김건희 여사 리스크 또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계기 중 하나였다. 학력위조 논란부터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및 무속 논란까지 이어졌음에도 윤 대통령은 아내 문제에서만큼은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거대 야당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더 강력한’ 김건희 특검법을 12일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직무가 정지되면서,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권한은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넘어간다.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더 이상의 이탈 표를 막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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