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중국인 간첩' 발언 여파에 이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최근 온기가 흐르던 한중 관계는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먼저 영향 받을 부분은 주중 한국대사 교체 일정이다.
당초 정재호 현 대사는 지난 10월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새 주중대사에 내정되자 임기 마무리를 준비해왔고, 당초 이달 중 중국을 떠난 뒤 서울대 교수직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데 따라 탄핵 소추되면서 정 대사의 이임·귀국 일정 등에 큰 변수가 생겼다. 귀국 명령을 해야 할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앞서 탄핵 정국 속에 주중대사관은 지난 10일로 예정됐던 정 대사의 이임식 행사를 취소했다. 정식 부임을 눈앞에 뒀던 김 전 실장의 중국행에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 전 실장은 이미 중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을 받았고, 탄핵 정국이 아니었다면 이달 말께 부임 예정이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통과로 윤 대통령의 측근인 김 전 실장의 주중대사 부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신임 주한 중국대사의 부임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중국은 지난달 다이빙 주유엔 부대표를 주한 대사에 내정했으며, 이달 23일쯤 부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탄핵소추안 통과에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연루 간첩 사건과 중국의 태양광 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중관계 개선 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2년 이상 한국 내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중국인 3명이 최근 적발된 일과 지난달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힌 40대 중국인 사례를 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탄핵 정국에 대해 '내정'이라며 말을 아껴왔던 중국 정부는 "깊은 놀라움(意外·뜻밖)과 불만을 느낀다"면서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중국 관련 발언이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다면서 대중의 관심을 탄핵에서 돌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화통신 산하 잡지 '환구' 류훙 편집장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牛彈琴)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뜻은 중국은 적국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이 한국을 '일방적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 데 이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한동안 경색됐던 한중 관계는 최근 개선 흐름을 탔으나 불확실성에 빠진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0월 말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방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