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축출한 반군 세력과 직접 만나 시리아 내 포용적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동을 순방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요르단 홍해 연안 도시 아카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무장단체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을 포함한 여러 반군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HTS를 테러집단으로 지정해왔으나 HTS가 향후 시리아와 중동 전역의 향배를 결정할 핵심 집단으로 급부상하며 직접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HTS는 지난달 27일 시작된 반군 대공세를 이끈 핵심 조직으로, 지난 8일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간 이후 시리아 정부 권력을 이양 받고 있다. 과거 극단주의 무장 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돼 미 정부에 테러 집단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최근에는 '히잡 강제 착용'을 금지하는 등 온건 성향을 표방하고 있기도 하다.
주변 아랍국들도 HTS에 포용적 정부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레바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는 이날 아카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반군에 "모든 정치 사회 세력이 참여하는 정권 이양"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블링컨 장관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아랍국들은 최근 시리아 접경지 골란고원 추가 점령 야욕을 드러내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시리아 영토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데에 (회담 참여국 간) 이견이 없었다"면서 이스라엘군의 즉각적인 시리아 철수를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8일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자국군 지상군을 투입해 골란고원과 시리아 비무장 완충지대를 점거하고 있다.
아랍국가들은 시리아의 정치 불안이 자국으로 확산해 통치에 악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 대사들은 지난주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반군 대표 조직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대표단을 만나 시리아의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여기서 HTS 측은 주변 국가들과 원활한 관계를 원한다는 '안심'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랍 국가들은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 때처럼 변혁의 열기가 확산해 정치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부추기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아랍국가들은 왕이나 제후 또는 독재 권력으로 권위주의적 통치를 해 오고 있는데 '아랍의 봄' 당시 시민들은 정부와 기득권층의 부패, 빈부 격차,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분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여기에 이슬람 정치운동이 결합하면서 리비아, 이집트, 예멘 등에서는 정권이 교체됐다. 다른 아랍 국가들도 심각한 정치 혼란 등 후유증을 겪었다.
WP는 "아랍 국가들은 시리아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서 아사드 정권 붕괴 후의 혼란이 억제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HTS와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의 정치분석가 타렉 알 나이마트는 결국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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