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 분쟁이 2차전을 맞는다. 송영숙 회장 모녀 측인 ‘4자 연합’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두고 열릴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008930) 임시 주총에서 형제 측과 모녀 측의 5대 5로 이사회가 재편되며 이번 주총도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오는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총을 연다. 형제 측은 박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이사 4명을 해임하고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임종훈 대표와 함께 계열사 한미헬스케어를 맡아왔다. 2022년부터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으로 활동했고 OCI그룹과 합병추진 과정에서 회사를 떠났다가 최근 복귀했다. 한미약품 이사회는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회장 등 4자 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분류되는데 6대 4로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사 해임 안건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인 만큼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가 핵심이다. 한미약품 지분율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42%로 대주주인 가운데 국민연금 9.43%, 신 회장 7.72%, 한양정밀 1.42% 등으로 구성됐다. 소액주주는 약 40%로 추산된다.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모녀 측과 형제 측 5대 5로 이뤄져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인 임 대표가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녀 측은 법원에 임종훈 대표 1인 의사에 따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고 있다. 법원이 기각할 경우 형제 측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인용될 경우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은 무효화되고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주총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2곳인 ISS와 글래스루이스(GL)는 박 대표와 신 회장 해임, 박 부사장·장 대표 선임을 반대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모든 안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어느 쪽이 우세하다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종윤 사내이사가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철회하자고 제안해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지도 주목된다. 임 이사는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를 막고 회사의 미래를 위해 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한미약품 임시 주총 철회를 제안했다. 그는 이어 “연기금, 소액주주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그룹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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