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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경제도 비상사태다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내년 한국 성장전망치 1%대 위기

탄핵정국은 경제에 태풍같은 충격

대외여건 악화·리더십 불안 악재

정치 불확실성 제거에 역량 집중을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내년도 성장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한 후 한국은행은 1.9%,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평균 1.8%로 내렸다. 이는 잠재성장률 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별한 경제위기가 닥치지도 않았는데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가장 큰 요인은 주요국의 급격한 성장 둔화에 따른 반도체 경기 하락과 미국 차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 가능성에 따른 수출 전망 악화다. 또한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인한 금융권 부실 위험 등도 도사리고 있다.

올해도 여느 연말과 같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경제 현안을 진단하고 내년도 경제를 전망해보면서 한국 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청천벽력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계엄 사태 후폭풍과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는 우리 경제에 지진과 태풍이 함께 밀어닥친 충격으로 다가왔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2.9원에서 1430원대로 치솟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코스피지수는 2500.1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2400선이 깨졌으며 코스닥은 5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K자산’의 내림세는 대외 신인도 추락,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이어져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겪은 우리를 또다시 패닉에 빠지게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여러 경고음이 들려온다. 과거와는 달리 최장기간 내수 침체를 겪고 있고 성장을 견인해왔던 수출도 내년에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와 민간의 6000조 원에 가까운 부채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정치 상황의 불안이 가장 큰 리스크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각에서는 외환보유액이 4154억 달러나 되고 단기 외채 비율도 38.2%에 불과해 과거와는 달리 대외 충격에 대한 펀더멘털은 탄탄하며 위기가 닥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예상을 뛰어넘는 위기가 닥칠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대외 여건의 악화다. 과거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는 시점에 해외 경제는 대체로 양호했기에 내부 구조조정만 끝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미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는 침체 국면에 들어섰으며 내년에는 미국도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둘째,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출범이다. 트럼프 2.0은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를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세계 대공황을 유발한 1920년대 상황과 너무 유사해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지속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다.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쟁력 저하, 화학·조선 등 중공업 부문에서의 도태는 먹거리가 고갈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더불어 주요 산업의 혁신 부족, 정치 리더십 불안 등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문제는 이미 지방 대기업 공장들의 가동 중단과 같은 위기로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캄캄하기만 하다. 국회 탄핵안 가결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됐지만 총체적 경제 난국을 극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우리는 한국인 특유의 결단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우선 정책 당국과 정치권은 비상 체제로 전환해 무엇보다 해외투자가와 교역 상대국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조속히 제거하는 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둘째, 그동안 국회에 계류 중이던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무쟁점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성장 동력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트럼프 2.0의 출범과 함께 대외 협상력 제고와 글로벌 공급망 경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 내수 부진 극복과 민생안정을 위해 효율적 재정 기조와 탄력적 통화정책 운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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