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₂)가 이차전지 핵심소재로 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탄소경량소재그룹 김정필 수석연구원, 양정훈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고품질 나노탄소(탄소 원자가 나노미터 크기 구조로 배열된 소재)로 전환하는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이산화탄소를 산업용 소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와 촉매, 특히 수소가 필요하지만 이산화탄소 전환으로 생산 가능한 소재는 현재까지 저가 소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수소만 하더라도 그린수소 기준 0.2톤에 100만원을 상회하는 데 비해 이산화탄소 전환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알코올 가격은 1㎏ 당 3000원 수준에 그쳐 값비싼 공정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로 전환할 수 있는 소재 가운데 가장 경제성 높은 소재인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S·Single-Walled Carbon Nanotubes)’에 주목했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한 겹의 그래핀 시트가 원통형으로 말린 형태의 소재로 그래핀, 풀러렌과 함께 대표적인 나노탄소 소재로 꼽힌다.
1㎏ 당 수백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및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며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연구팀은 우선 이산화탄소에서 탄소 성장을 방해하는 산소(O)를 빼내기 위해 수소(H₂)와 반응시키고 이를 통해 생성된 메탄(CH₄)을 열분해 하는 방식으로 고품질 나노탄소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열화학촉매 반응기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하는 공정이나 메탄을 열분해 시켜 탄소나노튜브를 제조하는 공정은 기존에도 사용돼 왔지만, 반응기 내의 가스 조성을 분석해 탄소나노튜브의 정밀한 구조를 규명한 것은 최초이다.
연구팀은 개발된 공정을 활용해 단일벽 탄소나노튜브 뿐 아니라 나노미터 단위의 탄소 원자가 배열된 다양한 구조의 나노탄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어 나노탄소 소재를 이차전지에 적용하기 위해 탄소나노튜브의 벽(wall)과 그래핀 층(layer)의 숫자에 따른 비표면적 변화를 계산하고 이 변화가 이차전지 적용 시 전해질과 맞닿는 계면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또한 계면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전해질의 분해 반응, 초기 쿨롱 효율, 가역 용량 등 계면 형성이 이차전지 특성에 미치는 연관성을 밝혔다.
김정필 수석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 구조를 규명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고품질 나노탄소로 전환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확보했다”며 “나노탄소 소재 상용화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정훈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고품질 나노탄소로 전환하는 기술은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는 차세대 기술”이라고 소개한 뒤 “다양한 형태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연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 10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1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Energy & Fuels’에 관련 논문이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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