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첫 변론기일·주심 지정 등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엔진을 본격 가동했다. 다만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는 게 의무 사항은 아닌 만큼 윤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나와 본인 입장을 밝히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을 전망이다.
헌재는 16일 문형배 헌재소장권한대행 주재로 첫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준비기일은 변론에 앞서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양측 쟁점을 정리하고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일반에 공개되지만,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다. 양측 변호인 등이 출석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변론준비절차에 회부하는 한편 전자 추첨 방식을 통해 주심 재판관을 지정했다. 다만 주심을 공개하지 않았다. 헌법 재판의 주심의 경우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주심을 맡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선 선례에 따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서도 주심을 공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헌재는 수명 재판관으로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을 지정했다. 수명 재판관은 변론에 앞서 쟁점 정리를 담당하는 재판관이다. 아울러 헌재는 선임헌법연구관을 팀장으로 10명 남짓 규모의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곳은 사건의 사실 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검토해 재판관들에게 판단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헌재 관계자는 “현재 접수된 8건의 탄핵심판 사건 가운데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 심리한다는 방침”이라며 “변론 준비 절차를 통해 검경 등의 수사 기록을 조기에 확보한 뒤 신속하게 심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탄핵심판에 중요 변수로 꼽히는 헌법재판소법 제51조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해당 조항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 6인 체제에 대해서도 “심리와 변론이 모두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야당을 중심으로 헌법재판관 추가 선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르면 내년 초 9인의 헌재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은 3명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오는 23~24일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와 관련 청문계획서 채택, 위원장·간사 선임을 위한 첫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를 이르면 17일 소집한다. 인청특위는 청문회가 끝나면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민주당은 24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다음 주 중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선출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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