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은 15일 검찰의 1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16일 2차 소환을 통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군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도 이날 윤 대통령에게 내란·직권남용 혐의 피의자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측은 수령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실은 관련 법을 들어 압수수색에 난색을 표하면서 일부 자료만 임의 제출했다. 계엄 실행에 관여했던 군과 경찰 수뇌부들은 줄줄이 구속돼 조사받고 있으나 정작 이들에게 지시한 윤 대통령 자신은 통지서 수령 거부, 변호사 선임 지연 등의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수사 비협조는 계엄 선포 이후 7일 처음으로 가진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입장과 배치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12일 두 번째 담화에서는 계엄 선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내란이 아닌 국회 경고용 통치행위’라면서 탄핵과 수사에 맞서겠다고 강변했다. 반면 군과 경찰 관계자들은 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계엄의 위헌·불법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불법적인 계엄 선포와 군대를 동원한 헌법기관 권능 침해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 국회가 민의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심리하기로 하고 첫 변론준비기일을 27일로 지정했다. 내란죄 혐의 수사와 탄핵심판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고의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혐의를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계엄 사태의 모든 진실을 소상히 밝히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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