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올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제시할 전망이다. 심각한 경기 침체로 올해 5% 성장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내년 중국 당국은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 성장률 목표치에 도달하겠다는 생각이다.
17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2025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약 5%로 설정했다. ‘5% 안팎’의 목표를 제시한 올해와 같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은 앞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참석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 이같은 내년 목표 수준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당시 회의에서 “꾸준한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재정 적자 비율을 높이고 내년에 더 많은 정부 부채를 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나왔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숫자가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중국 당국은 내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새로운 성장률 목표치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일반적으로 3월 연례 회의가 있기 전까지는 경제성장률 목표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후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5% 성장 사수를 위해 내년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 적자 수준을 역대 최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설정했다. 통상 GDP 대비 3%로 제한했던 중국 당국의 재정 확대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고관세 부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응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1% 포인트 추가 지출은 약 1조 3000억 위안(약 256조 3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특별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4% 예산 적자는 중국 당국자들이 전통적인 3% 제한과 결별하는 것이며 재정 자극에 대한 대담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경기 침체 탈피 의지를 내비치며 경기 부양책들을 꺼내놓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련 정책들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당국은 올해 5% 성장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SDIC증권의 가오산원은 최근 한 행사에서 “지난 2~3년간 (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예산적자 1%포인트 확대는 국내 수요의 격차를 조정하고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을 역전시키기에는 너무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4.2%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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