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면책특권을 주장한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 대한 유죄평결을 유지했다. 내년 취임 전까지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려던 트럼프의 계획은 틀어졌지만 실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주 1심 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대행은 16일(현지 시간) 연방대법원의 면책 결정에 따라 해당 유죄평결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트럼프 측 요청을 기각했다. 머천 판사대행은 41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트럼프에 대한 형사소추는 “사업 기록을 위조한 명확히 개인적 행위에 따른 것으로 행정부의 권위와 기능에 간섭될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트럼프의 행위는 대통령으로서 공식적 행위와 무관해 면책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트럼프의 대변인인 스티븐 청은 주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연방대법원의 면책 결정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이 7월 대통령의 재직 중 행위에는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자 트럼프 측은 이를 근거로 트럼프가 직면한 모든 형사사건에 면책특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직전 과거 혼외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 달러(약 1억 8600만 원)을 주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지불하고 장부에는 ‘법률 서비스 비용’으로 기재한 혐의를 받았다. 올 5월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해당 혐의를 비롯한 34건의 중범죄 혐의를 모두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유죄평결이 내려진 후 형량 선고일을 당초 9월 18일에서 대선 후인 11월 26일로 미뤘지만 트럼프 당선 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임기 내 형량 선고가 나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이날 형량 선고 및 향후 재판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를 기소한 뉴욕 주검찰 역시 이번 사건의 유죄평결은 유지하되 차기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직무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실형은 선고하지 않는 판결을 내려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 당시 지고 있던 형사사건은 총 4건이었다. 이 가운데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와 ‘국가 기밀문서 유출’ 등 2건은 공소 철회됐다. 조지아 주법원에 계류 중인 2020년 대선 관련 폭동 선동 혐의에 대한 형사사건 역시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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