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부터 마지막 황제 푸이까지 수백 명의 황제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권력의 최고 자리를 유지했던 이는 청의 강희제(康熙帝)로 61년 동안 통치했다. 병으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직감한 강희제는 사망 5년 전인 1717년 12월 23일(음력 11월 21일) 자금성의 건청궁에 신료들을 모아놓고 고별 상유(上諭)를 미리 반포했다.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황제에 올라 56년이 되던 해였다.
신흥 국가 청을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안정적인 제국으로 변모시킨 강희제였다. 어떻게 오랫동안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큰 흔들림 없이 국정을 책임지며 청을 번영의 시기로 이끌었던 것일까. 그 비밀이 상유 가운데 담겨 있다.
“짐은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면서 주색(酒色)을 조심해야 하며 백성들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점을 깨우쳤다. …짐은 항상 부지런했으며 조심스러웠고 한가로이 쉬지 않았으며 조금도 게으르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을 하루 같이 온 마음과 힘을 다했다.”
문(文)과 무(武)를 겸비했던 강희제는 평화가 지속돼 사람들의 마음이 게을러지면 복이 다하고 화를 부르며 평안함이 떠나고 쇠퇴함이 찾아온다는 이치를 일찌감치 깨닫고 스스로 게을러지고 교만해질 것을 경계했다. 모름지기 한 나라를 책임지는 자라면 술과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요즈음이다. 50년이 넘도록 방심하지 않았다.
“늙은 대신들이 짐더러 물러가 쉬기를 청하며 올리는 상주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때가 없다. 너희들은 물러가 쉴 곳이라도 있지만 짐은 물러가 쉴 곳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일까. 늘 앞장서서 국정을 진두지휘하던 강희제는 마지막을 직감하고 권력의 무상함을 이렇게 고백한다. “늙어서도 한순간 쉬지 못하게 되자 천하가 마치 낡아서 못 신게 된 신발 같고 부귀가 진흙이나 모래처럼 생각됐다. 이제 무사히 평온하게 죽는 것을 짐은 원하며 그것으로 족하다.” 지도자가 될 꿈을 품은 자라면 반드시 유념해야 할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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