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시작으로 불과 11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과정을 두고 그간 한국의 빠른 경제 성장의 배경으로도 꼽혔던 ‘빨리 빨리’ 문화가 다시 드러났다는 외신 진단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관련, “한국의 ‘빨리 빨리’(Hurry Hurry) 문화가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계엄 정국을 둘러싼 한국 정치권과 시민들의 신속함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계엄 선포 후 2주가 채 되지 않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을 두고 “최근 몇 년 간 효율성 극대화와 갈등 해결에 정면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통해 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룬 한국의 문화를 암시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문화를 ‘빨리 빨리’(palipali)라고 소개하고, 이 문화가 긍정적으로 발현됐을 때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정상에 오르고 산업, 정치, 대중문화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줬다고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십 년 간 한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의 성공 배경에도 창조적 파괴를 수용하고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는 이러한 정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후 국가 재건 사업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본의 점령에서 벗어나 북한과 전쟁에서 살아남았으며, 빈곤한 농업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 중 하나로 변화시키며 국내총생산(GDP)이 50년 전의 85배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빨리 빨리’ 정신을 기반으로 한 한국의 급속 성장을 조명했다.
매체는 ‘빨리 빨리’ 문화가 계엄 정국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한국인들은 단결해 반발하는 데에 어떤 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면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응원봉을 들고 서울 거리로 쏟아져 나와 K팝에 맞춰 춤을 췄다”고 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블룸버그에 “‘빨리 빨리’ 문화는 매우 강력한 도구”라면서 “이는 다른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한국이 할 수 있게 만드는 큰 부분이다. 우리 모두가 매우 빠르게 뭉칠 수 있는 방법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러한 문화가 정치적 맥락에서 부정적인 함의도 존재한다고도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은 보좌관들과 단 5분 동안 회의를 한 뒤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들 사이의 ‘반국가 세력’을 저지하기 위해 계엄령을 강행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빨리 빨리’는 인내와 생존을 내포하는 감정”이라며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 후 한국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 단어가 일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매우 정교한 수준의 협력을 이끄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 문화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며 “한국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매우 열정적이며,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지위, 일본 점령 및 한국 전쟁에 대응하여 획득하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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