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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테슬라 공세에 생존 위기…몸집 키워 미래차시장 대응

■혼다·닛산 합병 전격 추진

전기차에 밀려 中·동남아 판매 급감

트럼프 2기 관세 등도 시장 위협

대만 폭스콘 닛산 지분 매입 검토

적대적 M&A 가능성 차단도 염두

시장 급변에 글로벌 잇단 합종연횡

우치다 마코토(왼쪽) 닛산자동차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미베 도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 겸 CEO가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양사 합작 연구센터 출범을 선언한 뒤 두 손을 맞잡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내 각각 2위와 3위인 혼다와 닛산이 통합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EV)로 바뀌는 자동차 업계의 대변혁이 자리하고 있다.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자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일본 업체 강세 지역이었던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올해 1~11월 혼다와 닛산의 중국 시장 누적 판매 대수는 각각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7%, 10.5% 감소하며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보도에 혼다와 닛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닛케이는 3월부터 양 사가 물밑에서 논의를 해왔고 8월 자동차 부품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약속하며 합병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에서 현실화할 관세정책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데다 내년 저가 전기차를 내놓는 것도 일본 업체들에는 위협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활동하는 등 테슬라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받을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며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의 일본차 업체들은 판매 대수가 급감하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닛산은 지난해 르노와의 불평등한 자본 관계를 정리한 것이 오히려 비용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앞서 르노는 1999년 경영 위기를 겪는 닛산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사실상 닛산 경영을 주도했다. 르노가 닛산 지분 43.4%, 닛산이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닛산이 불평등한 자본 관계를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함에 따라 지난해 7월 자본 관계를 대등하게 재조정했다. 닛산은 르노와 함께 낮은 비용으로 조달했던 부품을 단독으로 조달해야 했고 그간 누렸던 규모의 경제 효과는 사라졌다.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닛산은 올해 4~9월 결산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2%나 곤두박질한 329억 8000만 엔(약 3087억 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직원 중 9000명을 해고하고 생산능력을 20%나 감축하는 등 존폐 기로에 서자 혼다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 통합의 또 다른 배경으로 닛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지목한다. 닛케이는 이날 “지난해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하고 한때 닛산의 ‘넘버 3’였던 세키 준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했던 대만 폭스콘이 닛산 경영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닛산 지분 매입 이후 경영에 참여해 전기차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판매망을 배우려던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폭스콘이 검토한 것은 르노가 프랑스 신탁은행에 예치해 둔 닛산 주식이다.

닛케이는 “닛산은 폭스콘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인수 방어를 위한 대책을 협의하고 나섰다”며 “혼다도 8월 맺은 닛산과의 포괄적 업무 제휴가 백지화될 것을 우려해 최악의 경우 닛산의 백기사가 되는 것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움직임도 양 사에는 부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임기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지역에는 양 사의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이 상당수 있다. 공약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혼다와 닛산은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동침’이 대세가 됐다. 트럼프가 공언한 관세 정책에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는 독일 완성차 업계는 더욱 절박한 모습이다. 9월 BMW는 도요타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협력을 선언했고 폭스바겐은 미 전기트럭 스타트업 리비안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전기차를 양산하기로 했다.

미국 CNBC 방송은 17일(현지 시간) “독일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이미 휘청이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들을 미국 기업으로 바꾸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는 9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나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되기를 원한다. 그들이 여기(미국)에 공장을 짓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산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금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변혁의 시대로 부른다”며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 등 신흥 전기차 업체의 활약으로 미래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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